조지 존슨의 '양자 컴퓨터'를 읽고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2012년 초, 과학 동아에서 양자 컴퓨터 특집을 보았다. 양자 컴퓨터는 수십 년 후에나 상용화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이 특집을 통해서 처음으로 양자의 물리적 성질을 바탕으로 한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시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자의 성질, 특히 중첩과 얽힘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어서 특집 저자 중 한 분인 국립고등과학원 김재완 박사님께 메일을 통해 궁금한 점을 여쭤보았다. 박사님은 궁금증들을 해소해 주시며 양자 컴퓨터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책의 내용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해 조사하며 뉴런 사이의 시냅스 구조를 양자의 얽힘 성질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보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양자 컴퓨터는 뉴욕 타임스의 과학기자 조지 존슨이 지은 책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기 회로에 관심이 많았고 학생 시절에는 오디오와 텔레비전의 회로를 고쳤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그는 자신이 새로운 회로에 대해 공부할 때의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조지 존슨은 처음 보아 이해할 수 없는 회로는 일단 검은 상자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 상자 속으로 어떠한 신호가 들어가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어떠한 신호가 나온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을 오랫동안 이해하기보다는  일단은 검은 상자라고 생각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회로 전체를 이해하고 다시 검은 상자로 돌아오면 그것에 대해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에, 검은 상자 방법을 무시했지만 결국 긴 시간동안 책을 읽고도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엔 검은 상자 방법을 따라 이 책을 읽으니 양자 컴퓨터의 기본적인 원리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쉬웠던 부분은 양자 컴퓨터가 갖고 있는 3가지 한계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 책에서는 양자가 0과 1의 상태를, 즉 2개의 스핀 방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 현상을 설명하며 n개의 양자를 2n개의 트랜지스터와 1대 1로 비교한다. 하지만 이 비교는 양자 컴퓨터를 구성하는 양자의 수가 대략적으로 10개 이상일 때만 성립한다. 트랜지스터는 1초에 전류의 흐름을 1,000번 이상 변화시킬 수 있다. 즉 트랜지스터 하나가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단위 연산은 1,000개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1대 1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중첩 상태에 있는 양자의 스핀 방향을 일초에 1,000번 이상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양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고도의 기술이다. 만일 양자의 상태를 1초에 1번 결정할 수 있다면 210=1024, 즉 10개 이상의 양자로 이루어진 양자 컴퓨터는 성능 자체가 10개의 트랜지스터와 같다. 즉 양자 컴퓨터의 병렬 연산으로부터의 성능 효과가 나타나려면 좀 더 많은 수의 양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각 양자를 통한 회로의 구성이다. 현재 반도체 프로세서의 회로는 고도로 복잡하다. 부동소수점, 정수 연산 등 일상의 작업에서의 연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로 구조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어떻게 양자로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양자 간 얽힘 성질을 이용해 하나의 양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그와 얽혀 있는 다른 양자들의 상태도 결정된다는 것을 이용해 회로를 구성한다고 했을 뿐 복잡한 회로의 구성 방법에 대해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다.


마지막 문제는 전력 문제이다. 양자의 중첩, 얽힘 현상을 구현하고 그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낮은 온도를 구현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연산 장치의 성능보다는 저 전력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무리 연산 성능이 좋아도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양자 컴퓨터는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위의 문제, 특히 전력 문제 때문에 병렬 연산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자 컴퓨터가 일상적으로 쓰이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수의 트랜지스터라도 회로 구성에 따라 일상적인 작업에서는 실제 성능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인텔이 실리콘 반도체의 고질적 문제인 터널링 효과에 인한 전자 누수를 최소화한 3D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의 발전 속도가 좀처럼 느려지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중첩 성질에 의해 양자를 하나 더해도 연산 성능이 2배가 향상된다. 반면에 트랜지스터 기반의 컴퓨터는 성능을 2배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 수를 2배로 늘려야 한다. 그러므로 양자를 취급하는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하면 지금은 불가능한 여러 가지 천문학적 연산 횟수를 요하는 시뮬레이션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핵폭발 시뮬레이션이 양자 컴퓨터로 진행되는 등 위험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양자 컴퓨터가 미래에 상용화된다면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순기능적인 면에서는 기상 상황, 판의 움직임 등의 좀 더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인류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반면에 인간의 탐욕을 위해 기술의 발전을 위험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전례를 따라 양자 컴퓨터를 핵폭발 시뮬레이션 등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전 세계의 인류를 감시,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신고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