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ITC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 웹툰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를 매우 감명 깊게 보았다. 저자의 관점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2011년 초반 출간된 저자의 책 ‘한국 IT 산업의 멸망’도 읽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겉으로 쉽게 들어나지 않았던 우리나라 ITC 산업에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 이동 통신 기술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부와 KT, SKT는 이전과는 다른 개념의 이동 통신 기술인 Wibro 개발을 선언했다.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은 CDMA, WCDMA를 최초로 상용화하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CDMA와 WCDMA 통신의 원천기술은 퀄컴이 가지고 있어 해당 기술 기반의 기기를 판매할 때마다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세대 이동 통신 기술 Wibro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Wibro는 음성 통신을 목적으로 설계된 GSM과 CDMA를 기반으로 한 기존 이동 통신과는 달리 Wifi와 같이 IP 기반의 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기술이었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보유할 수 있었고 차세대 이동 통신으로서 적합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에 힘입어 Wibro는 LTE보다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고 국내 주요 기점의 네트워크 구축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KT와 SKT에서는 Wibro 사용자들이 데이터 통신과 같은 원리의 통화 방법인 VoIP 서비스를 사용함으로서 음성 통화로부터의 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Wibro 상품의 출시를 망설였다.


이렇게 통신사들이 기존에 투자한 네트워크로부터 수익을 얻으며 와이브로의 개발을 미루는 동안 LTE가 등장했다. LTE는 WCDMA가 발전된 통신 기술이기 때문에 이미 WCDMA 네트워크를 구축한 통신사들에게는 네트워크 구축과 가격 등 여러 면에서 부담이 적었고 결국 현재 시장 주도권은 Wibro가 아닌 LTE에게 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우리나라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Wibro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LTE에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겨 사장될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처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05522X

지금도 Wibro는 급격한 사용자와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문제가 되고 있는 LTE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예상 외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Wibro의 경우 패킷 당 단가가 LTE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월당 50GB 정액제도 존재하기 때문에 LTE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용량이 부족해 Wibro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이패드와 같이 음성 통화 기능이 필요가 없는 기기의 경우 Wibro 네트워크만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EGG를 통해 Wibro 신호를 Wifi 신호로 변환해 Wifi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기기라면 모두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다. 최근 많은 공공장소, 특히 지하철, 버스의 각 객차에 구축된 와이파이 존은 대부분 EGG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이미 주요 지점에 Wibro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유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와이파이 존과 같이 이동성의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 4세대 이동 통신 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재 LTE와 Wibro 모두 4세대 이동 통신의 조건에 미치지 못하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LTE-Advanced와 Wibro-Evolition이 진정한 4세대 이동 통신이다. 즉 4세대 이동 통신이 상용화될 추후 몇 년 동안 Wibro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해 Wibro-Evolution만의 장점을 만든다면 Wibro가 LTE와 동시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Wibro의 장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존의 WCDMA 기반이 아닌 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것이다. 즉 음성 통신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발전되어 제약이 많은 LTE보다 기술이 단순하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WCDMA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는 환경에 처음으로 네트워크를 구착하는 경우 Wibro의 구축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즉 아직 본격적으로 이동 통신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후진국에서는 Wibro가 가격적인 면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LTE보다 수년 빨리 상용화에 성공했고 망 구축도 빨랐던 Wibro가 국내에서조차 LTE에 밀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미 성공을 거둔 기술에 만족하며 그 기술만으로 이익을 얻으려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정부 차원에서라도 신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존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통해서 신기술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단순히 기술의 상용화와 그 기술을 발전시켜 우수한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 신기술 개발을 통해 전 세계의 기술 흐름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2012년 5월에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Wibro가 LTE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되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결국 Wibro는 사장의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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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isunu 2012.06.29 17:05 신고

    다윗군 글 잘 읽었어요~. 한번씩 방문해서 글 읽고 가요~. 전 다윗군한테서 마소 무선 키보드, 마우스 받은 사람이에요~. 기억하죠?? 통신쪽에 관심 많은 것 같군요. 저두 통신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에요. 다윗군 같이 열정적인 친구라면 뭔가 해낼것 같아요. 잘지내고요~. - 초록날개 블로그 애독자 -

    • 초록 날개 2012.06.29 20:52 신고

      아, 오랜만이시네요...ㅎㅎ 사실 조금 오래된 제품이여서 드리면서도 조금 민망했는데...;;

      이번 실험은 처음에 계획했던 실험은 아니었어요...;; 원래 802.11ac 채널 본딩 기능의 활성화 여부에 따른 효과적인 대역폭 분배 방안에 대한 실험을 하려고 했었거든요...;;

      지금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기말 끝나면 조만간에 전체 내용 올리려고 합니다.. 블로그 계속 방문해주세요~ㅎ

  2. 운도도씨 2014.12.28 10:09 신고

    저도 예전에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갖고 보게된 책입니다 ^^
    공인인증서제도, 액티브x 폐기 시급합니다ㅎㅎ

    • 초록 날개 2014.12.28 10:51 신고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몇 가지 개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전반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개선해 다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한국 IT 산업의 멸망’의 저자 김인성이 몇 개월에 거쳐 네이버의 검색 조작을 주제로 저자 블로그에 연재했던 것을 출판한 책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네이버의 검색 조작 행위를 비판하고 있다. 정치적 논란을 일으킬 수 있는 실시간 검색 순위를 조작하고 외부 블로그, 사이트의 원본 콘텐츠가 아닌 내부 블로그, 카페의 복사본을 먼저 보여주는 검색 알고리즘이 대표적인 예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네이버의 검색 조작 행위를 비판함과 동시에 정치적 목적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블로그에서 특정 정당을 옹호하고 애플과 구글 등의 외국 기업을 무조건적으로 찬양하는 등 극단적인 주장을 하고 있다. 그리고 저자의 그와 같은 성격이 이 책에도 반영되었다.


물론 이 책에서 그가 제시한 증거들은 믿을 수 있고 객관적이다. 또한 그로부터 그가 제기하는 주장도 옳으며 우리나라 IT 산업의 발전을 위해 필요하다. 하지만 저자는 책의 절반 이상을 정치적 목적 띈 내용으로 채웠다. 특히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건 사건 축소와 2010년 지방자체단체 선거 당시 검색 조작 의혹에 대해 하나의 자료를 여러 번 제시하며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책의 끝머리에서는 책의 흐름과 무관하게 자신이 생각하는 진정한 애국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저자가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어 하는 가장 중요한 정보가 네이버의 검색 조작이라면 정치적 목적의 검색 조작보다는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조작의 비중을 높였어야 한다.


티스토리, 이글루스 등의 외부 블로그를 비롯한 네이버 외부의 사이트와 자사의 블로그와 카페 등 내부 서비스를 차별하는 검색 알고리즘이 네이버 검색 조작의 핵심이다. 인위적인 개입 역시 중요하지만 일반적인 상황에서의 결과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더 중요하다. 이 책에서도 잠깐 다루었듯이 콘텐츠의 생산 자체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특히 경제적 요소와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검색어 광고와 애드센스의 진입 차단 등에 대해서 다루었어야 한다.


또한 네이버의 검색 조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네이버를 비롯한 국내 포털에서 벗어나 구글을 사용하라는 방법만을 제시하는 것도 아쉬웠다. 저자는 이 책에서 국내 포털이 사용자들을 포털 내부에 잡아둔 방법에 대해 이야기했다. 카페, 지식 서비스 등 내부의 모든 서비스를 만들어 사용자들이 포털 외부로 나갈 필요성을 느끼게 하지 못한 상황에서 불편함을 감수하고 검색 조작 문제의 해결을 위해 구글을 사용할 사용자가 얼마나 될까? 포털을 벗어나는 것이 쉽다면 애초에 네이버가 이 정도의 점유율을 구축할 수도 없었다. 저자는 네이버의 내부 서비스에 묶여 있는 유저들이 네이버에서 벗어나기 위한 대안을 제시했어야 한다.


저자가 제시한 객관적인 증거 자료와 그로부터 네이버의 검색 조작을 비판한 논리는 부족한 점이 없었지만 책의 초점이 정치적 목적을 띈 점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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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갈맥 2013.06.15 22:55 신고

    어느 누구나 정치적이지 않은 사람은 없겠지요.
    네이버가 해온 일련의 검색 조작들이, 정치적인 사안들과 맞닿아 있었다는 점 역시 부인할 수 없다면
    책이 정치적이라고 비판할 필요는 없어 보입니다.
    사실 또 정치적인 사안들에 대해서 조작 의혹이 많기도 했고요.
    물론 주인장께서 말미에서 지적했던 대안제시가 구글에서 그쳤다던가, 이런 것에 대해선 공감합니다.
    하지만 정치적이어서 아쉬웠다가 좀 마음에 걸리는군요.
    주인장님께서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저 주장이 정치적인 주장 같아 보인다고 해서 지레짐작 주장에 대해 귀를 닫고 스스로 방어막을 치는 우를 범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네요.
    노파심에 몇 자 적어봤습니다. 고깝게 듣지는 말아주세요.

    • 초록 날개 2013.06.16 21:38 신고

      안녕하세요.
      학교에 제출했던 독후감을 그대로 올렸는데... 답글을 달아 주시네요...

      제가 이 책이 정치적인 의도를 강하게 띄고 있다며 비판한 이유 중 독후감에서 정확하게 밝히지 못한 부분이 있습니다. 아실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미닉스의 작은 이야기들' 이라는 티스토리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블로그의 글들을 읽어보시면 아시겠지만 정치적 성향이 중립적이라고는 말할 수 없습니다. 통진당 사태에 관련이 있으셨기도 합니다. 제가 보기에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극단적 성향을 갖고 계셨고 이것이 제 독후감에도 반영이 되었습니다. 어떠한 면에서든지 극단적 성향을 갖고 있는 사람은 그 문제에 있어서만은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갈맥님 블로그를 보니 제 생각을 수용하지 못하실 수 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저자는 책에서 자신의 정치적 성향에 따른 해석을 객관적 사실과 혼동시킨 점을 비판한 것입니다. 이 책에서 제시한 네이버 검색 조작의 증거들이 매우 객관적, 체계적이기 때문에 자칫 저자의 해석 역시 '사실'로 받아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은, 네이버의 검색 조작의 핵심은, 정치적 목적의 실시간 검색어 조작이 아닙니다. 정치적인 문제가 있기 때문에 대중들 사이에서 이슈화 되었을 뿐입니다. 네이버 검색 조작 문제의 핵심은, 독후감에서도 이야기한것처럼 내부 컨텐츠와 외부 컨텐츠의 차별과 정도를 넘어선 스폰서 사업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보수 세력의 비판의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가끔은 이 책이 네이버를 비판하는 것인지,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것인지 잊을 정도입니다.


      네이버의 잘못된 검색 알고리즘으로 피해를 입은 경험을 갖은 저는 네이버를 비판한다는 객관적인 제목 아래 자신의 정치적 목적을 전달하는 것에 반감을 갖기도 했습니다.

      저는 저자의 주장에 대해 스스로 방어막을 치는 것이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다른 사람들에게 객관적 사실과 저자의 해석을 구분하는 것이 좋겠다는 경고를 한 것입니다.

      말이 조금 꼬인 것 같네요. 책 전체를 읽어보시면 제가 이 책이 정치적 성향이 강하다고 비판한 이유를 아실 것 같습니다.

    • 초록 날개 2013.06.16 21:39 신고

      아... 그리고 저 세종과고 5기에요~

    • 갈맥 2013.06.18 01:29 신고

      머 그정도야 걸러서 들을 능력이 된다면야 그렇게까지 고까울 필요는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자기랑 정치적 성향이 다르고 좀 극단적이게 보일지라도, 그 사람의 팩트에 주목할 수 있다면 올바르다고 여겨지네요. 김인성이랑 양반 저도 통진당 사태때도 그렇고, 많이 접해봤어요. 이명박을 까는건지 네이버를 까는건지 혼돈이 갈 정도라고 얘기하는 거 보니 안 봐도 비디오일 것 같은데..ㅎㅎ 그렇게 얘기하니 무슨 얘기를 하는 건지 좀 알겠네요.

    • 갈맥 2013.06.18 01:31 신고

      하지만 이 얘기는 새겨들어줘요. 그 사람이 정치적이게 보인다고 해서 그 사람의 얘기를 듣지도 않으려한채 귀를 막아버린다던가.. 이런 건 지양했으면 좋겠습니당. 뭐 굳이 얘기 안해도 잘 하고 있는것 같다만. ㅋ.. 걍 노파심에 얘기해 본거였어요 ㅋㅋ

  2. Chu 2013.06.27 10:13 신고

    저 또한 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정치적인 색이 너무 많이 띈 만화였습니다. 증거는 꽤나 객관적이였습니다만, 유리한 한 부분을 가지고 다른 부분까지 같이 싸잡아서 가지고 가려고 하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더군요.

    • 초록 날개 2013.07.14 00:32 신고

      문제는 작가 성향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객관적 증거와 정치적 주장을 구별하기가 힘들다는 점이죠...

조지 존슨의 '양자 컴퓨터'를 읽고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2012년 초, 과학 동아에서 양자 컴퓨터 특집을 보았다. 양자 컴퓨터는 수십 년 후에나 상용화 될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을 갖고 있던 나는 이 특집을 통해서 처음으로 양자의 물리적 성질을 바탕으로 한 양자 컴퓨터의 원리를 이해하려고 시도하게 되었다. 하지만 양자의 성질, 특히 중첩과 얽힘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없어서 특집 저자 중 한 분인 국립고등과학원 김재완 박사님께 메일을 통해 궁금한 점을 여쭤보았다. 박사님은 궁금증들을 해소해 주시며 양자 컴퓨터에 대해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이 책을 추천해 주셨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책의 내용을 부분적으로만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미래의 인공지능에 대해 조사하며 뉴런 사이의 시냅스 구조를 양자의 얽힘 성질을 통해 구현할 수 있다는 아이디어를 보고 다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양자 컴퓨터는 뉴욕 타임스의 과학기자 조지 존슨이 지은 책이다. 그는 어려서부터 전기 회로에 관심이 많았고 학생 시절에는 오디오와 텔레비전의 회로를 고쳤다고 한다. 머리말에서 그는 자신이 새로운 회로에 대해 공부할 때의 노하우를 알려주었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내용이다. 조지 존슨은 처음 보아 이해할 수 없는 회로는 일단 검은 상자로 생각하라고 했다. 그 상자 속으로 어떠한 신호가 들어가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어떠한 신호가 나온다고 생각하라는 것이다. 현재 자신의 능력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을 오랫동안 이해하기보다는  일단은 검은 상자라고 생각하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라는 것이다. 그렇게 회로 전체를 이해하고 다시 검은 상자로 돌아오면 그것에 대해 이해하기가 한결 쉬워진다고 한다. 처음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모든 것을 이해하고 싶다는 욕심에, 검은 상자 방법을 무시했지만 결국 긴 시간동안 책을 읽고도 내용의 절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이번엔 검은 상자 방법을 따라 이 책을 읽으니 양자 컴퓨터의 기본적인 원리와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면서도 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그런데 아쉬웠던 부분은 양자 컴퓨터가 갖고 있는 3가지 한계에 대해 다루지 않았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는 이 책에서는 양자가 0과 1의 상태를, 즉 2개의 스핀 방향을 동시에 가질 수 있는 중첩 현상을 설명하며 n개의 양자를 2n개의 트랜지스터와 1대 1로 비교한다. 하지만 이 비교는 양자 컴퓨터를 구성하는 양자의 수가 대략적으로 10개 이상일 때만 성립한다. 트랜지스터는 1초에 전류의 흐름을 1,000번 이상 변화시킬 수 있다. 즉 트랜지스터 하나가 1초에 처리할 수 있는  단위 연산은 1,000개 이상이라는 것이다. 이와 1대 1로 비교하기 위해서는 중첩 상태에 있는 양자의 스핀 방향을 일초에 1,000번 이상 결정지을 수 있어야 한다. 아직 양자의 상태를 측정하는 것 자체가 고도의 기술이다. 만일 양자의 상태를 1초에 1번 결정할 수 있다면 210=1024, 즉 10개 이상의 양자로 이루어진 양자 컴퓨터는 성능 자체가 10개의 트랜지스터와 같다. 즉 양자 컴퓨터의 병렬 연산으로부터의 성능 효과가 나타나려면 좀 더 많은 수의 양자가 필요하다.


두 번째 문제는 각 양자를 통한 회로의 구성이다. 현재 반도체 프로세서의 회로는 고도로 복잡하다. 부동소수점, 정수 연산 등 일상의 작업에서의 연산을 최소화하기 위해 회로 구조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이런 복잡한 구조를 어떻게 양자로 구현할지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았다. 양자 간 얽힘 성질을 이용해 하나의 양자의 상태가 결정되면 그와 얽혀 있는 다른 양자들의 상태도 결정된다는 것을 이용해 회로를 구성한다고 했을 뿐 복잡한 회로의 구성 방법에 대해 다루지 않은 점이 아쉽다.


마지막 문제는 전력 문제이다. 양자의 중첩, 얽힘 현상을 구현하고 그 상태를 측정하기 위해서는 상당히 낮은 온도를 구현해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 등 모바일 기기의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하며 연산 장치의 성능보다는 저 전력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아무리 연산 성능이 좋아도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양자 컴퓨터는 상용화가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위의 문제, 특히 전력 문제 때문에 병렬 연산이 절대적으로 중요한 제한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양자 컴퓨터가 일상적으로 쓰이기까지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 생각한다. 같은 수의 트랜지스터라도 회로 구성에 따라 일상적인 작업에서는 실제 성능이 10배 이상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또한 인텔이 실리콘 반도체의 고질적 문제인 터널링 효과에 인한 전자 누수를 최소화한 3D 반도체를 개발하는 등 실리콘 기반의 반도체의 발전 속도가 좀처럼 느려지지 않는 것도 이유 중 하나이다. 


물론 양자 컴퓨터는 양자의 중첩 성질에 의해 양자를 하나 더해도 연산 성능이 2배가 향상된다. 반면에 트랜지스터 기반의 컴퓨터는 성능을 2배로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트랜지스터 수를 2배로 늘려야 한다. 그러므로 양자를 취급하는 기술이 조금만 더 발전하면 지금은 불가능한 여러 가지 천문학적 연산 횟수를 요하는 시뮬레이션 등에 쓰일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프롤로그에서 저자가 언급한 것처럼 지금은 슈퍼컴퓨터를 통해 진행되고 있는 핵폭발 시뮬레이션이 양자 컴퓨터로 진행되는 등 위험하게 활용될 수도 있다.


결론적으로 양자 컴퓨터가 미래에 상용화된다면 인류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 생각한다. 우선 순기능적인 면에서는 기상 상황, 판의 움직임 등의 좀 더 정밀한 시뮬레이션이 가능해져 인류의 삶의 질이 향상될 것이다. 반면에 인간의 탐욕을 위해 기술의 발전을 위험한 방향으로 활용하는 전례를 따라 양자 컴퓨터를 핵폭발 시뮬레이션 등 군사적인 목적으로 활용하거나 전 세계의 인류를 감시, 통제하는 수단으로 악용해서는 안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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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va Vaidhyanathan'의 '구글의 배신'을 읽고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구글의 배신’의 원제는 ‘THE GOOGLIZATION OF EVERYTHING’, 직역하면 ‘모든 것의 구글화’이다. 원제와 같이 이 책에서는 구글이란 기업의 특성에서 시작해 사람, 세계, 지식, 기억의 구글화에 대해 차례로 다루고 그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 책은 2011년 3월에 써졌다. 만약 2013년 현재 Siva Vaidhyanathan이 개정판을 낸다면 ‘소통의 구글화’라는 장을 추가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올해 초 구글은 차세대 전략 제품 ‘구글 글래스’를 공개했다. 구글 글래스는 안경이다. 때문에 주머니, 가방에 넣고 다니는 스마트폰 이상으로 인간의 생활에 녹아들어갈 것이다. 4월에는 ‘바벨 프로젝트’에 관한 구글 내부 문서의 일부가 유출됐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바벨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언어의 동시통역을 제공할 것이다. 초기에는 카카오톡과 같은 메신저 형태로 출발하겠지만 핵심 기능은 동시통역이 될 것이며 이는 구글 글래스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대표적 협력사 중 하나인 삼성에서 최근 선보인 광고도 이와 관계가 있다. 아몰레드 디스플레이의 가능성에 대한 광고인데 반투명 태블릿 PC를 사이에 두고 외국인과 각자의 언어로 말하면 태블릿에서 그것을 동시통역하는 장면이 흥미롭다. 물론 사람들 사이의 언어의 장벽을 무너뜨린다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이것이 일상화 될 경우 사람 사이의 소통 역시 구글화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염려된다.


이 책에서 저자가 가장 우려한 것은 지식과 기억의 구글화이다. 이는 구글이 몇 년 전부터 전 세계의 모든 책을 전산화 해 보관한다는 프로젝트와 직결된다. 사기업에 불과한 구글이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중 하나를 진행한다는 점이 문제라는 것이다. 구글이 ‘사악하지지 말자’를 모토로 삼고 있지만 기업의 목적은 이윤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전산화한 책들을 어떻게 다룰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저자는 ‘인간 지식 프로젝트’를 제안했다. 하나의 단체가 아닌 각 국가 단위로 전산화를 실시하고 이를 인류 모두가 공공의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구글의 서비스를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고 구글의 모토와 그 동안의 행적으로부터 구글의 대규모 프로젝트에 대해 아무 생각 없이 긍정적으로 평가하던 나에게 새로운 문제를 제기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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