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우리나라 ITC 산업의 문제점에 대해 다룬 웹툰 ‘내리와 인성의 IT 이야기’를 매우 감명 깊게 보았다. 저자의 관점에 관심을 갖게 된 나는 2011년 초반 출간된 저자의 책 ‘한국 IT 산업의 멸망’도 읽게 되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자극적인 제목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겉으로 쉽게 들어나지 않았던 우리나라 ITC 산업에 문제점들을 신랄하게 비판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는 우리나라 이동 통신 기술의 미래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2000년대 초반 정보통신부와 KT, SKT는 이전과는 다른 개념의 이동 통신 기술인 Wibro 개발을 선언했다. 당시 우리나라 기업들은 CDMA, WCDMA를 최초로 상용화하고 시장에서 높은 점유율을 기록했다. 하지만 CDMA와 WCDMA 통신의 원천기술은 퀄컴이 가지고 있어 해당 기술 기반의 기기를 판매할 때마다 로열티를 지불해야만 했다. 이런 구조에서 벗어나기 위해 차세대 이동 통신 기술 Wibro의 개발이 시작된 것이다. Wibro는 음성 통신을 목적으로 설계된 GSM과 CDMA를 기반으로 한 기존 이동 통신과는 달리 Wifi와 같이 IP 기반의 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기술이었기 때문에 원천기술을 국내에서 보유할 수 있었고 차세대 이동 통신으로서 적합했다. 정부 차원의 투자에 힘입어 Wibro는 LTE보다 먼저 상용화에 성공했고 국내 주요 기점의 네트워크 구축도 이루어졌다. 하지만 KT와 SKT에서는 Wibro 사용자들이 데이터 통신과 같은 원리의 통화 방법인 VoIP 서비스를 사용함으로서 음성 통화로부터의 수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해 Wibro 상품의 출시를 망설였다.


이렇게 통신사들이 기존에 투자한 네트워크로부터 수익을 얻으며 와이브로의 개발을 미루는 동안 LTE가 등장했다. LTE는 WCDMA가 발전된 통신 기술이기 때문에 이미 WCDMA 네트워크를 구축한 통신사들에게는 네트워크 구축과 가격 등 여러 면에서 부담이 적었고 결국 현재 시장 주도권은 Wibro가 아닌 LTE에게 있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우리나라가 원천 기술을 갖고 있는 Wibro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음에도 LTE에게 시장 주도권을 빼앗겨 사장될 것이라 비판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출처 : http://www.aladin.co.kr/shop/wproduct.aspx?ISBN=895605522X

지금도 Wibro는 급격한 사용자와 데이터 사용량 증가로 문제가 되고 있는 LTE에 비해 상대적으로 넉넉한 데이터 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예상 외로 많이 활용되고 있다. 현재 Wibro의 경우 패킷 당 단가가 LTE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월당 50GB 정액제도 존재하기 때문에 LTE 요금제에서 제공하는 데이터 용량이 부족해 Wibro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이패드와 같이 음성 통화 기능이 필요가 없는 기기의 경우 Wibro 네트워크만을 지원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EGG를 통해 Wibro 신호를 Wifi 신호로 변환해 Wifi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기기라면 모두 데이터 통신을 할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다. 최근 많은 공공장소, 특히 지하철, 버스의 각 객차에 구축된 와이파이 존은 대부분 EGG를 기반으로 설계되었다. 이미 주요 지점에 Wibro 네트워크가 구축되었기 때문에 추가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유선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와이파이 존과 같이 이동성의 제약도 없기 때문이다.


아직 4세대 이동 통신 기술은 상용화되지 않았다. 현재 LTE와 Wibro 모두 4세대 이동 통신의 조건에 미치지 못하며 현재 개발되고 있는 LTE-Advanced와 Wibro-Evolition이 진정한 4세대 이동 통신이다. 즉 4세대 이동 통신이 상용화될 추후 몇 년 동안 Wibro에 충분한 투자를 하고 획기적인 아이디어를 적용해 Wibro-Evolution만의 장점을 만든다면 Wibro가 LTE와 동시에 시장을 주도할 수 있을 것이다.


Wibro의 장점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기존의 WCDMA 기반이 아닌 데이터 통신에 최적화된 기술이라는 것이다. 즉 음성 통신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발전되어 제약이 많은 LTE보다 기술이 단순하고 발전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또한 기술이 복잡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 WCDMA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는 환경에 처음으로 네트워크를 구착하는 경우 Wibro의 구축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다. 즉 아직 본격적으로 이동 통신 환경이 구축되지 않은 후진국에서는 Wibro가 가격적인 면에서도 강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LTE보다 수년 빨리 상용화에 성공했고 망 구축도 빨랐던 Wibro가 국내에서조차 LTE에 밀리는 모습을 보며 우리는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미 성공을 거둔 기술에 만족하며 그 기술만으로 이익을 얻으려하고 새로운 기술 개발 및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지 않으면 더 이상 발전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만약 기업이 새로운 기술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면 정부 차원에서라도 신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할 것이다. 기존 기업의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새로운 기업을 통해서 신기술 개발을 해야 할 것이다.


앞으로 우리나라도 단순히 기술의 상용화와 그 기술을 발전시켜 우수한 제품을 많이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 신기술 개발을 통해 전 세계의 기술 흐름을 주도해야 할 것이다.



2012년 5월에 작성한 독후감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Wibro가 LTE와의 경쟁에서 완전히 도태되지 않았다고 보았지만

결국 Wibro는 사장의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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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isunu 2012.06.29 17:05 신고

    다윗군 글 잘 읽었어요~. 한번씩 방문해서 글 읽고 가요~. 전 다윗군한테서 마소 무선 키보드, 마우스 받은 사람이에요~. 기억하죠?? 통신쪽에 관심 많은 것 같군요. 저두 통신 쪽에 종사하는 사람이에요. 다윗군 같이 열정적인 친구라면 뭔가 해낼것 같아요. 잘지내고요~. - 초록날개 블로그 애독자 -

    • 초록 날개 2012.06.29 20:52 신고

      아, 오랜만이시네요...ㅎㅎ 사실 조금 오래된 제품이여서 드리면서도 조금 민망했는데...;;

      이번 실험은 처음에 계획했던 실험은 아니었어요...;; 원래 802.11ac 채널 본딩 기능의 활성화 여부에 따른 효과적인 대역폭 분배 방안에 대한 실험을 하려고 했었거든요...;;

      지금 기말고사 기간이어서 기말 끝나면 조만간에 전체 내용 올리려고 합니다.. 블로그 계속 방문해주세요~ㅎ

  2. 운도도씨 2014.12.28 10:09 신고

    저도 예전에 무척 인상적인 느낌을 갖고 보게된 책입니다 ^^
    공인인증서제도, 액티브x 폐기 시급합니다ㅎㅎ

    • 초록 날개 2014.12.28 10:51 신고

      댓글 감사합니다~

      사실 몇 가지 개선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전반적인 문제인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금씩이라도 개선해 다가는 모습을 보였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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